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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프리C챌J직녀(@freechall)
    2013-12-10 09:41:32
▲ 여름의 맛 | 하성란·문학과지성사
어머니를 묻고 김은 아버지와 산을 내려왔다. 너무 더웠다. 땀이 흐르는 데다 블라우스의 깃이 쓸리면서 목덜미가 따가웠다. 목이 탔지만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 만한 나이였다. 산 입구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노점상들이 서 있었다. 촌 여자들이 콩국을 팔았다. 고무로 된 커다란 젓갈통이었다. 그 안에 콩국이 가득했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서서히 녹고 있었다. 아버지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콩국을 떠서 김에게 건넸다. 간간했다. 그녀는 허겁지겁 콩국을 마셨다. 순간 국물과 함께 차갑고 미끄러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어린 그녀는 그것이 작은 물고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친 것처럼 콩국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양복 바짓단을 대충 접어 올려 드러난 아버지의 앙상한 발목이 보였다. 아버지의 낡은 구두에는 붉은 흙이 구두 등까지 더께로 묻어 있었다. 웃으면 안 되는데 그녀는 자꾸자꾸 목구멍이 간지러워서 몰래몰래 웃음을 풀어놓았다.
“그때 그걸 먹어볼 수 있을까?”
김은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 한 소설가 선생이 도저히 입맛이 없어서 옛날에 맛있게 먹었던 그 식당의 그 초밥을 꼭 먹고 싶어 찾아갔단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몇십 년 만에 그 그리운 맛을 접했지만 옛날의 그 맛이 아니었다고. 그 사실은 마치 더 이상 맛있게 무엇을 먹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내려놓아야 하는 사건이었다고. 그러고 얼마 후에 그 선생은 돌아가셨다. 나는 우연히 초밥을 먹게 된 어느 날, 그 선생이 그때 들려주었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순간 내 입속엔 초밥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물고기 한 마리가 물컹하게 들어 있단 느낌이 들었다. 이후론 초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모든 맛은 추억과 연루된다. 맛이 완벽히 그때의 순간을 재현한다 한들, 추억이 함께 재현될 리는 없으므로, 그 맛을 다시금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불가능할 것에 관하여, 식욕은 가장 검소하게 욕망한다. 
그 가장 검소한 욕망이 재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사람은 비로소 삶에 대한 욕망을 손아귀에서 내려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 맛을 가장 그리워하는가. 그 맛에는 어떤 추억이 연루돼 있는가. 그 추억으로부터 발목잡혀 있는 당신의 미묘하고 뭉클한 식욕을 살고 싶은 간절함으로 알아채는가. 그 알아챔에서 먼 비린내를 맡는가.
<김소연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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